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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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young PARK | Communication Assistant

Robin은 얼마 전 고향인 유럽을 떠나 대한민국의 대전으로 이주하며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과학 분야에 종사하고 싶었던 Robin은 대한민국의 연구 개발 허브로 알려진 대전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대한민국에 도착한 Robin은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기대로 벅차올랐습니다.

그러나 Robin의 여정이 항상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논바이너리(Non-Binary, 남성 또는 여성으로 이원화 된 젠더 체계를 따르지 않는 성 정체성)인 Robin을 두고 사람들은 외모로만 성별을 판단했고, 이러한 편견은 때로 그의 경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헤어스타일 혹은 입는 옷과 같이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으로만 Robin을 정의했습니다. 사우나와 같이 여성과 남성으로만 구분된 장소에 들어갈 때, Robin은 논바이너리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거나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해야 하는 순간에 놓이곤 했습니다.

“논바이너리로서 기존의 두 성별 (여성과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예요.” Robin은 본인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뒤에서 손가락질당하거나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비교적 개방적인 상사,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덕분에 지금까지 직장에서 제 성 정체성과 관련해 문제를 겪은 적은 없지만 여전히 직장 밖의 사람들은 제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외모로만 저를 정의해요.”

“퀴어로서 저는 아직 여러 성 정체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어요.” ⓒ Robin

그러던 중 Robin은 이렇듯 차별을 겪는 순간이 젠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서로 다른 우리지만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후 Robin은 주변 사람들이 여러 성 정체성에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우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obin은 이를 통해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모두가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퀴어로서 저는 아직 다양한 성 정체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어요.”

Robin의 도전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었습니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차이를 모르는 등 혐오는 종종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걸 느꼈어요.” Robin은 이러한 무지를 깨뜨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젠더 개념 간 차이점을 설명하고 주변 사람들이 성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해 올 때면 자세하게 대답했습니다. “미디어에서 LGBTIQ+ 사람들을 보는 걸 꺼려하던 제 친구는 이제 전보다 이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Robin은 여전히 논바이너리로서 여러 도전에 직면하지만 변화의 순간을 목격할 때 마다 계속해서 나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편견이나 혐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변화해가는 주변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더 많은 사람들이 퀴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게돼요.”

Robin은 특히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미디어의 영향력을 강조하며 퀴어가 더욱 포용적인 관점에서 다뤄진다면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말합니다.

“(방송에서 퀴어를 다루면) 사회적으로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요. 동시에 사람들은 퀴어와 더욱 친숙해질거예요. 누구든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누구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 ⓒ Robin

Robin은 사회에 누구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누구나 원하는 대로 옷을 입을 수 있어요. 여성이 짧은 머리를, 남성이 긴 머리를 할 수도 있죠. 여성끼리 사랑에 빠질수도, 남성끼리 사랑에 빠질 수도 있어요. 때로는 여성으로도, 남성으로도 본인을 정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요. 내가 누구든 숨을 필요 없이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Robin과 같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젠더 표현, 그리고 성적 특성 (SOGIESC)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인식 제고부터 관련 법률 제정에 이를기까지 다방면에서 사회적 지원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IOM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국제기구로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5월 17일) 기념 행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SOGIESC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IOM은 앞으로도 LGBTIQ+ 이주자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권리가 전 세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함께해 나가겠습니다.

 

* 해당 콘텐츠에 사용된 이름은 가명입니다.

 

 

'Rainbow Migrants' 이니셔티브는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LGBTIQ+ 이주자의 다양한 경험을 조명하기 위해 2020년부터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에 사용된 내용은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길이와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편집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담당부서: IOM 한국대표부 정책공보팀 (Policy and Communications Unit)

박하영 커뮤니케이션지원관 | 070-4820-0293 | phayoung@iom.int